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에서
김 콩
지난 시간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냉철한 분석과 토론을 했던 우리 독서토론 팀원들, 이번에는 이를 해결하고자 이번에는 좀 더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인 도서를 선별했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로맨스 대가 기욤뮈소’의 <종이 여자>가 만장일치로 선택되었다. 책을 펼쳤던 도입부부터 책을 덮는 끝까지 판타지 요소를 잃지 않았던 이 책은 마지막 생각지 ‘않았던’ 반전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여담이자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라 기쁘기까지 했다.
난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과 너무 동화되는지라 소설에서까지 주인공과 인물들의 삶이 불행하기를 원치 않는다. 새삼스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조금 슬픈 장면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며칠 동안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종이 여자>는 색다른 듯 색다르지 않은 전개와 결말로 나를 맞이했다.
유명무실 베스트셀러 작가 ‘톰’과 그의 책 주인공인 ‘빌리’의 만남은 판타지의 정석이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상의 인물. 현실과는 상관없는 사람. 그래서인지 톰과 빌리가 톰의 옛 여자친구인 오로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저지른 수많은 범법행위와 사건, 사고들도 재미난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판타지를 읽고 있으니까. 그런데 꿈이고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진짜’였다면 어떨까. 가슴 터지는 긴장감과 설렘.
속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일탈은 해방구가 되고 그 끝은 새로운 사랑을 낳을 것이다.
책 초반에 톰의 출판사 문제로 10만 권의 파쇄본이 발생한다. 빌리는 바로 이 파쇄 본에서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톰이 책을 집필하여 마지막 3권을 완성하는 방법뿐이었다. 나중에 빌리가 종이 여자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게 된 톰은 빌리를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책을 집필하는 것에 몰두한다. 반쪽만 인쇄된 문제의 도서들은 모두 9만 9999개가 파쇄되고 단 한 개만 세상에 남아 전 세계를 여행한다. 어떤 이에게는 소중히 돌봐지고 때로는 강에 빠지면서 단 한 권남은 책은 엉망이 되어가는데 이와 같은 시기에 ‘종이 여자’ 빌리는 병에 인해 점점 악화하여간다. 이러한 기욤뮈소의 함정에 나는 깜박 속았다. 책이 훼손될수록 악화되어가는 빌리의 모습을 보며 정말 책이 망가지면 책에서 나온 빌리도 죽게 되는 가봐! 라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판타지를 가장한 현대소설이었다.
“우리는 한 배를 탔어요. 당신은 내게 하나뿐인 기회고.
나는 당신에게 하나뿐인 기회니까.” (톰)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정리했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이 세 가지 이다.
통속적이긴 하지만 사랑은 역시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것.
성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성공까지 함께한 영원한 우정.
책에 대한 기욤뮈소의 철학.
책의 절반은 작가에게서 완전한 완성은 책을 받아 읽는 독자들의 몫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달을 들어 다양하고 많은 독서를 목표로 잡았다. 아직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은 나의 상상에서 비롯된 무수한 세계가 이미 생겼을지도 모른다. 또한, 나에게도 언젠가 ‘빌리’ 같은 존재가 나타날지 모른다.
여담이지만 책에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번역가가 넣은건가 싶었는데 기욤뮈소가 한국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작가의 말에 실려있었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게하는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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