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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7. 00:07 - 글쓰는 미생

[사회] ‘번역도 죄가 되는 세상’ 뉴스프로 기자 압수수색


‘번역도 죄가 되는 세상’ 뉴스프로 기자 압수수색




8월 3일자 산케이 기사를 캡쳐한 사진(사진출처 : 뉴스프로)


 ‘언론에 성역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 주어진다면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외에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 이를 다루는 사람(일반적으로 기자)은 무관의 제왕이라 불린다. 이들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며, 올바르지 않고 부조리하다면 고위 관직자부터 생계형 노동자까지 모두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정치·경제·문화·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날카로운 펜대를 휘두르는 그들은 공공을 위해서 사회의 아픔과 부패·그릇됨을 찾아내고 알리는 의무와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진실엔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색한 세상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일본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을 돌보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은 번역전문매체인 뉴스프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19일, 검찰은 이를 번역한 뉴스프로의 기자 전모 씨의 가택수사를 시행했다. 수사는 본인이 없는 가운데 시행됐으며 집에는 그의 아내만 있었다. 수사관은 전기자의 책, 여권, 노트북, 외장 하드를 뒤졌으며 일기장까지 압수하려 했다. 또한, ‘번역도 죄가 되는가’라는 전기자 부인의 물음에 수사관은 ‘죄가 될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와 국외는 떠들썩해졌으며 외신도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 시위소식을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레볼루션 뉴스는 취재 및 보도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뉴욕타임스도 ‘진행 상황을 꼭 알려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이러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의 언론과 민주주의에 큰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뉴스프로는 본지를 통해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박 정권은…)가토 지국장에 이어 뉴스프로 기자에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도 이 소문의 근원지인 ‘조선일보’에 대한 어떠한 법적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맨 먼저 국내에 소개한 조갑제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도 정부가 이중적 잣대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상추 운영위원 중 한 사람이자 번역 기사의 감수를 담당하고 있는 임옥 기자는 “결국 자기들 편인 조선일보와 조갑제는 전혀 괴롭히지 않고 뉴스프로를, 그것도 기사를 생산한 것이 아닌 기사를 번역 소개한 뉴스프로를 겨냥한 것은 이번에 눈엣가시인 정상추와 뉴스프로를 손보겠다는 의지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하지만 기사전문을 번역 소개하는 것이 원작자로부터가 아닌 소위 민주국가라고 자임하는 대한민국 정권으로부터 범죄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박근혜정권이 독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출처 : 뉴스프로)」


 뉴스를 직접 생산해낸 곳도 아닌, 외신을 번역하여 국내에 알리는 번역전문매체가 ‘대통령 모독’이란 이름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162일째, 시간은 흘러가지만 해결된 것은 없다. 유가족과 국민 그리고 정부, 각자 서로에 대한 비방과 원망 그리고 상처만 쌓아가고 있다. 상처뿐인 싸움, 국민은 여전히 그때의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상처를 정부는 치료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쓴소리를 억압하고 모질게만 대해서는 안 된다.



《위 기사는 2014년 09월 24일 C_TODAY에 기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