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은 도시락 폭탄을 던지지 않았다.
윤봉길 의사(義士)의 폭탄
지난 10일 '신은미 토크쇼'에서 고 3학생이 인화성 물질을 투척했다. 이 사고로 토크쇼의 무대였던 성당 내부는 초토화되었고 현장에 있던 시민 2명이 화상을 입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 폭발물을 만들고 던진 오모 군은 익산의 화공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밝혀졌고 더불어 온라인상에서 여러 문제를 일삼는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회원임이 알려졌다. 이 소식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이번 사건을 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졌다.
일베와 일부 여론은 오 군을 '종북 콘서트'를 막은 의인이라고 칭송하며 그를 위한 모금성원까지 펼쳤다. 그러나 현실적인 그의 죄질은 무겁기만 하다. 실제로 오 군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폭발성 물건 파열 치상', '총토도검화학류 등 단속법 위반', '특수 재물 손괴' 그리고 '건조물 침입죄'와 같은 4가지이다. 이는 상당한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가 알려지면서 더 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상기해야 할 점은 이념의 차이를 떠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람에게 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오 군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 군이 가입한 '일베'는 이번 사건과 연관되면서 그 유해성도 함께 논의되었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많은 커뮤니티에선 다양한 정보와 소식이 오고 가지만, 일베는 유독 편향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의견이 주장되기 때문이다. 이는 오 군과 같은 학생들의 정서와 가치관을 무분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염려도 포함되어있다. 최근 몇 년 새에 유난히 많이 쓰인 '팩트(fact)'라는 단어를 봐도 그러하다. 다양한 정보와 자료가 넘쳐나는 정보화 시대에서 사실이 검증되어야 유식하고 옳은 이야기라고 평가받기 때문에 사실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나간다. (사실상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주장과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파생된 단어로 '주작(자작극)'이 있으며, 무엇보다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이는 비단 일베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지금도 잘못된 사실과 의견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이번 사고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 대화와 이해, 수용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양방향적이 아닌 일방적인 외침이 두 집단 사이에 계속된다. 한쪽은 말하려고 하지만 다른 한쪽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보다는 폭력과 범죄로써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려 했던 오 군의 잘못도 크다. 결국, 인정하지 않는 이념과 사상의 차이가 이 악몽을 낳았다고 본다. 또한, 우리도 어째서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집단이 이토록 어긋난 사고와 생각의 차이를 가지게 됐는지도 반성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오 군의 진정성도 큰 문제가 되었다. 그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반항하는 그의 행동 때문이다. 범죄 전·후로 그는 일베에 자신의 생각과 행적에 대해 큰 의의와 가치를 두었으며, 스스로 윤봉길 의사를 거론하며 이번 사건을 포장했다. 일각에서는 '거룩한 거사'급으로 표현한다.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치고자 했던 윤봉길 의사의 업적이 일베 싸이트 회원인 오 군의 행적과 비견될 수 있는 것인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폭탄을 일부는 이념의 제한과 압박을 동원하여 그 두 행동이 같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범죄를 감싸기 위해 희희낙락 웃으며 비견하는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에는 그들이 갖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투사의 자존심이자, 목숨이 있다. 그 사실을 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념의 차이와 무분별한 색깔론은 언제 종식될 수 있을까. 건강한 사고와 국가 그리고 미래를 되찾고자 했던 순국선열의 바람을 다시 되짚어보자. 그는 24세의 청년이었다.